줄거리
기요아키는 1900년대 초반의 귀족 자제이다. 어릴적부터 사토코와 친하게 지냈다. 언젠가부터 그는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싹텄지만 이 마음을 완강하게 받아드리지 못하였다. 사토코는 기요아키를 사랑하였지만 기요아키의 완강한 거절로 다른 집안과 혼약을 맺게 된다.
기요아키는 사토코가 혼약을 맺자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닳았다. 혼약(그 당시에는 천황의 착허를 받아야 했다)했지만 임자있는 사토코와 지속적으로 밀회를 갖는다. 결국 그녀는 기요아키의 아이를 갖게 되고 밀회가 탄로 나버린다.
사토코의 집안은 천황의 착허를 거스를 수 없어 애를 지우기로 한다. 지우고 난 후 그녀는 출가를 결심하여 절에 들어가게 된다. 기요아키는 다시 사토코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무시한채 여정길에 올랐다. 그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절을 방문했지만, 만남은 가지지 못하였다. 그는 그녀를 만나기 위한 여정중 병에 걸려 집에 귀환하고 이틀만에 숨을 거두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생각
1. 유튜브 왜봄? 봄눈이 있는데, (글로 동영상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고 섬세한 묘사를 전달한다.)
글을 정말 잘씁니다. 최근에 만나본 작가 중에서 최고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풍경에 대한 묘사나, 물체 혹은 생김사의 묘사가 너무나 뛰어났습니다. 가령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요아키가 인력거 마차를 타는 묘사입니다.
기요아키는 마차를 좋아했다. 특히 마음에 불안함이 일 때는 마차의 동요가 불안 특유의 집요하고 정확한 리듬을 흐뜨려 주었다. 또 바로 가까이에서 말보다도 더 벌거벗은 말의 엉덩이가 흔들어 대는 꼬리를 느끼는 일, 성난 갈기, 이를 갈아 북덕대는 침 거품과 거기서 희날리는 윤기 흐르는 실, 그런 짐상다운 힘과 꼭 맞붙은 차내에서 우아함을 아울러 느끼는 일이 좋았다. - 91page
상실로 얻는 두려움과 안정을 표현한 묘사 입니다.
그의 마음은 마치 양초 같았다. 불을 켜면 환환 생기를 얻는 대신 제몸도 끓어 녹아내리고, 불을 불어 꺼버리면 어둠 속에 고립되지만 제 몸을 좀먹는 두려움은 사라지는 양초. 고독이 휴식이라는 것을 그는 처음 알았다. - 221 page
기요아키가 사토코와 사랑에 빠지고 보는 자연에 대한 묘사 입니다.
기요아키는 모두에게 등을 보인채 저녁 하늘에 어른거리는 담배연기의 자취를 좇았다. 그러면서 먼 바다 위 모양이 뭉그러진 흐릿한 구름 한 면이 아직도 은은한 노랑 장미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거기서도사토코의 그림자를 느꼈다. 사토코의 그림자와 향기는 온갖 것에 스며들어, 자연의 어떤 미묘한 변화도 사토코의 무관하지 않았다. 문득 바람이 그치고 뜨뜻미지즉ㄴ한 여름 해 질녘의 대기가 피부에 닿자 공기 중에 떠돌던 발가벗은 사토코의 맨살이 기요아키의 맨살에 바로 와 닿은 것만 같았다. 녹색 기털을 포개 놓은 듯 조금씩 어두워져 가는 자귀나무 그늘에도 사토코의 단편이 감돌고 있다. - 328 page
이외에도 책 대부분에서는 자연에 대한 묘사 혹은 사람심리에 관한 묘사를 섬세하게 진행합니다. 이러한 섬세한 묘사가 머리속에 유튜브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였습니다. 정말 완벽한 묘사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주인공이 겪는 혼란을 몸소 느끼는 것과 같았습니다. 특히 당구장에서 큣대로 기요아키를 때리는 장면, 봄눈이 오는날 인력거에서 사토코와 입맞춤 하는 장면, 절에 있는 사토코를 보기 위해 인력거를 타는 장면은 가슴속에 전율이 울렁거렸습니다.
2. 금단의 사랑과 객관화
작중 기요아키는 이미 결혼 상대가 있는 사토코와 연애를 하게 됩니다. 기요아키는 "객관화"를 매우 좋아하는 인물상입니다. 으레 청소년기에 완벽한 스스로를 만들고 싶다는 강박과 특수한 신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기요아키는 그렇게 객관화를 좋아하지만 자신을 객관화 하지 못하는 모순점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녀를 좋아한다는 스스로의 마음을 객관화 했을 때는 이미 때가 늦어버린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현상황을 객관화 하지 않고 그녀와 밀회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일은 현실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사랑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원초적이며 내일을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희망입니다. 이것이 현실에 부딛혀도 우리는 사랑을 택하고는 합니다. 현실이 어떠하든 사랑은 우리 DNA입니다. 사랑을 하는 순간 상대및 자신의 객관화가 불투명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객관화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주변 사람을 통해 알아차리지만, 이미 사랑에 빠져버리면 끝을 봐야 합니다.
책에서는 금단의 사랑을 그 일례로 들었으며 결국 파국으로 막을 내리는 주인공을 보여주었습니다.
3. 등장인물의 탐미주의
작중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갖는 최고의 "미"를 서술 합니다. 가령 "사토코"의 몸종이었던 "다데시나"의 미를 기술하면서 왜 그녀가 사토코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인과를 설명해 줍니다. 또한 백작의 복수라는 공구리 위에 세워진 삐뚤빼뚤한 복수의 미 라던가 기요아키의 서생인 이누마가 갖고있는 열등감에서 삐져나온 미를 거의 완벽하게 설명해 줍니다. 특히 백작이 갖고 있던 패배주의 성향에서 비롯된 불안정한 복수는, 당시 러일전쟁 이후 몰락한 귀족의 심상을 대변해 줬습니다. 그리고 이를 독자에게 알 수 있게, 인물이 갖는 미와 대비되는 장치를 꾸준하게 활용했습니다.
4. 방목형으로 애를 키우면 안되는 이유(ㅋㅋ)
기요아키가 금단의 사랑에 손되게 된 이유는 가정교육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가르침 방식은 완전한 방목이었고, 이누마와 혼다 모두 방목형 이었습니다. 모든지 스스로 결정하는 기교아키의 행동거지는 역설적으로 누구 하나 의지할 수 없는 환경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버려 정도와 오도를 스스로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시비를 가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고과정은 그다지 올바른 성장과정이 아니며 설령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만약 그의 성격이 이래도, 누구 한명이라도 먼저 말을 걸어 기요아키의 내면을 이해하고 있으면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5. 봄눈(아름답지만 덧없이 사라지는 것)
작가가 정말 작품의 제목을 "봄눈"으로 잘 지은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의 주요 사건이 봄눈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 눈에 대한 묘사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또한 등장인물 대부분 아름답지만 사라지는 것에 집착했습니다. 그것이 추억인지 자신의 신념인지, 탐구인지, 철학인지 그것도 아니면 증오인지에 대한 복잡하고 이름을 지을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이 책에서 펼쳐집니다. 이러한 감정들은 어느순간 스스로의 전체를 아우를 때도 있고, 언젠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 복합적인 것들에서 완전한 해소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감정에 이성을 지배당하거나, 새로 읽은 철학에 완전히 몰두하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책에서도 이러한 관념적 봄눈을 보여주니 저 또한 스스로의 봄눈을 되돌아 봤습니다.
찐 후기
미시마 유키오 진짜 천재인듯. 철없는 10대 남학생의 사랑을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하는지... 천재가 아니라 노력형 천재여서 더욱 호감 가는듯. 160cm라는 작은 신장을 극복하기 위해 보디 빌딩을 했다는 것도 대단하네요. 30년 작품생활동안 장편 34편, 단편 152편 희곡 72편을 썼다고 하네요. 그가 남겨준 유작을 소중하게 음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책은 풍요의 바다 2부 전에 가면의 고백이나, 오후의 예향을 읽을 예정이예요. 그리고 그 다음은 금각사로 그의 성향을 이해하고 풍요의 바다를 읽을 것 같아요.
만약 이 책을 고민한다면 절대절대 추천합니다. 다음 책은 오후의 예향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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