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면서
책이 호불호를 탄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책에서 풀어내는 난해함으로 사료되는데 끝부분에 갈 수록 책의 난해함은 줄어듭니다. 특히 계속 어렵게만 다가왔던 장치들을 직접적으로 내용으로 풀어줍니다. 1부가 난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책이 끝까지 갈 수록 1부의 내용들이 오버랩 되면서 그 의미를 곱씹을 수 있게 됩니다.
1. 줄거리(시간순)
"나"는 어릴 적 소녀와 교제한다. 이성과의 첫 연애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어느 날 소녀는 자신이 그림자라고 말하며 벽으로 둘러싸인 "저쪽 세계"에서는 그림자가 없다고 말한다. "나"는 소녀와 함께 "저쪽 세계"에 대해 그려본다. 하지만 어느 날 소녀가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써보고, 그녀의 집까지 찾아가지만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통째로 이 세상에서 부재한 것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를 통해 느낀 사랑이라는 상흔은 "나"를 쫓아온다. "나"는 빈번히 연애에 실패하고, 어릴 적 그녀와 함께 그렸던 사랑을 다른 연애에서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중년이 된다.어느 날 갑자기 구덩이에 빠지게 되고, 구덩이에 빠져 어릴 적 소녀와 만들었던 벽이 있는 "저쪽 세계"에 우연한 계기로 도착한다. 그곳에서 그림자를 벽 밖에서 벗고, 도시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그곳에서 꿈을 읽는 자가 되고 "저쪽 세계"에 있던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현실 세계의 기억은 없다.
도시에서 꿈을 읽는 자가 되고 나서 어느 날 "그림자"가 죽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림자"는 이 세계가 불완전하며 모순 있고 이 세계는 가짜라고 말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야위어 가는 그림자를 보며 "나"는 그림자가 마음에 걸려 그림자와 함께 현실 세계와 연결될 것이라 추측되는 공간으로 간다. 그 공간에서 "그림자"는 같이 현실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나"는 "저쪽 세계"에 남는다.
빠졌던 구덩이에서 일어나고 "나(저쪽 세계의 시선에서의 그림자)"는 현실로 돌아온다. "나"는 "저쪽 세계"에서의 기억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다녔던 출판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시골의 도서관 관장으로 이직한다. 도서관에서 전 관장(고 야스)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중 그가 유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에게 "저쪽 세계"에 관한 중력을 느낀다. "나"는 실제로 죽은 고 야스 씨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묘비에 간다. 고 야스 씨에게 짧은 생각과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추모 후에 맛있는 커피와 베이커리를 먹으러 카페에 간다. 그렇게 몇 번의 추모 이후 카페에 들리는 것을 일종의 습관처럼 행했다.
어느 날 카페 종업원에게 말을 걸었고 대화가 잘 통하여 같이 밥을 먹게 된다. 밥을 먹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연애를 하게 된다. 여태 실패했던 연애와는 다르게 이번 연애는 어릴 적 그녀가 주었던 사랑을 다시금 재회하는 것 같음을 느낀다.
"저쪽 세계"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저쪽 세계"가 어색하게 느껴지고 그림자와 함께 탈출할 수 있었던 벽이 있는 도시에서 나가고 싶어 한다. "나"는 마침내 "저쪽 세계"를 깨고 현실 세계로 돌아간다.
2.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
(1) 도시와 불확실한 벽(저쪽 세계), 인간이라면 응당 갖고 있는 기저의 방어 기재
1부에서 가장 갈증을 느꼈던 부분은 저쪽 세계의 '나'였습니다. 그 도시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도서관에서 꿈을 읽는 일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 삶의 의미도 없고, 왜 하는지도 모릅니다. 단 한 가지 일이 끝나고 어릴 때 연애했던 소녀와 같이 퇴근하는 일의 연속입니다. 이런 반복적인 일들에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부에서 훌쩍 커버린 중년의 '나'는 어릴 적 소녀와의 경험에서 느꼈던 쩌릿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이 쩌릿함은 그가 다시 느끼는 사랑입니다. '나'는 어릴 적 소녀와 느꼈던 사랑이란 감정을 그녀(카페 종업원)에게서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태초적이면서, 주인공에게는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내면 깊숙이 있던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라는 방어 기재가, 그녀와의 사랑을 통해 사라지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과거의 시련과 슬픔에 대해 방어 기재를 갖습니다. 만약 그런 것이 없다면 과거의 기억에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인간은 비극에 대항마로서 스스로의 방어 기재를 갖습니다. 그것이 책에서 말하는 '불확실한 벽'입니다. 언젠가는 그 벽을 깨고 한층 성장하는 인간이 되어야만 합니다. 성장이란 과거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과거보다 발전한 오늘을 구축함에 있습니다. 그것이 꼭 사랑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부터 스스로가 목표하는 가치 등 다양한 것들을 묶을 수 있습니다.
(2) 우연, 너무나도 잔인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책에서 주인공들의 만남은 우연입니다. 어릴 적 소녀는 에세이 대회에서 우연히 만나고, '저쪽 세계'도 우연히 들어가며, 주인공이 사랑을 느끼는 그녀 또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관장으로 들어간 전임자는 우연하게 5살 딸을 잃고, 그로 인한 비애로 아내 또한 죽게 되며, 건강하던 전임자도 심근경색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책에서는 아름다운 우연의 만남을 묘사하며, 끔찍한 우연을 대조적으로 묘사합니다.
우연이란 인과가 없습니다. 우리는 많은 상황들을 우연적으로 맞닥뜨립니다. 모든 미래를 계측하고 그것을 통해 그리는 미래는 빈번히 우연이라는 난기류를 만나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을 빚어냅니다. 대부분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야속한 상황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순간의 결정이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그 순간의 결정을 헐뜯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나'만큼은 순간순간에 우연을 최선을 다했다고 기억해야 합니다. 또 다른 우연을 만났을 때 과거 관성으로 헤쳐나갈 수 있게 말입니다.
우연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또한 너무 잔인합니다.
(3) "사랑, 어떤 사랑이 완벽한 사랑일까?"
마지막에 관장으로 있던 도서관에 자주 찾아오던 소년이 실종됩니다. 실종된 소년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소년의 부모님은 같이 일하던 사서의 문장들을 통해서는 좋은 부모로 보이지 않습니다. 세 형제의 막내인 소년에게 어머니는 통제와 규제를 하고 아버지는 무관심하다고 전해 듣습니다. 또한 첫째 둘째 형제는 젊기 때문에 막내 동생에 대한 관심을 주기 힘든 상황입니다. 어쩌면 소년이 가족에게 사랑을 받기에는 힘든 환경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이 실종되고 나서 그들의 가족들은 소년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여졌던 가족들은 사실 소년에 대한 사랑을 계속해서 주었던 것이 밝혀집니다. 아버지는 서번트 증후군인 소년에게 교육자가 될 수 있도록 갖가지 사업을 했고, 어머니의 규제는 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둘째 형제는 막내 때문에 진로를 정신과로 진학할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남들이 보는 시선과 다르게 그 가족들은 소년에게 무한한 사랑을 쏟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보다 더 다가가기 위한 사랑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습니다.(타인의 시선으로)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의 최대한을 행했습니다. 남들의 시선에서 이 사랑이 왜곡되는 점들이 현실 세계의 왜곡된 시선의 사랑과 밀접하다고 보였습니다.
또한 주인공이 16세 소녀에게 느꼈던 사랑과 중년의 그녀에게 느낀 사랑은 그 무게도 밀도도 다릅니다. 중년에게서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을 16세 소녀와의 사랑의 오버랩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질문도 쉬이 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사랑을 합니다. 그렇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정론이 있다면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상대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쉽게 뒤틀릴 수 있으며 왜곡되기 쉽습니다. 저는 어떤 사랑을 하건 상대를 사랑하는 사랑을 해보겠습니다.
3. 후기
역시 하루키 였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흡입력 있는 문장은 다음장이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난해하다라는 평이 있는데 결말 즈음에서 다 풀어줘서 좋았습니다. 특히 바깥세계의 그림자가 받아준다는 표현이 과거의 불안정한 스스로를 초월하는 것 같아서 인상깊었습니다. 우연스럽게 이 책을 샀던 당일에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와 함께 성수동을 거닐던 추억이 있어서 책을 다 읽고 후기를 쓸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 것 같아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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