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후사코"는 "노보루"의 어머니이다. 후사코는 남편과 사별하고 노보루를 홀로 키우고 있다. 노보루는 아직 어린이인 자신의 현실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세계가 가짜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자신의 방안에 후사코의 침소를 엿볼 수 있는 구멍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몰래 관찰한다. 시간이 지나고 선박이 항만에 정박하고 "류지"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후사코는 류지에게 사랑에 빠져 버린다. 류지 또한 바다만이 자신의 이상이고 이 이상만이 자신의 삶이라 생각했지만, 후사코를 만난 후로 그 생각이 차츰 꺾인다. 노보루 또한 세계가 아닌 류지가 표류하는 바다는 진짜라고 생각한다. 류지는 뱃사람이기에 다시 바다로 출항하며 여름의 짧은 만남은 끝난다.
겨울이 되고 류지는 다시 선박이 정박하고 후사코와 노보루를 만난다. 류지는 바다의 삶을 정리하고, 후사코와 진지하게 이어갈려 한다. 후사코의 결혼 조건은 바다에 나가지 않는 것이기에 차츰 육지에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노보루는 자신의 이상이었던 류지가 망가져 간다고 생각한다. 노보루가 속한 불량 서클에서 류지의 육지생활에 부정적인 의문을 품는다. 심지어 그들의 입장에서 망가진 류지를 죽임으로써 서클의 촉법소년의 울타리 안에서 불량한 이상을 완성하려 한다. 결국 류지는 노보루의 불량서클 모임에 참가하고 약이 든 홍차를 먹으면서 소설이 막을 내린다.
서평
1. 오후(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오후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근본적인 책에 물음은 오후로 시작했습니다.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오후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옮긴이는 글에서 시작하는 아침, 모든 것이 끝난 어두운 밤, 그중간에 그림자만 길어지는 오후 라고 했습니다. 작중에서 이제 나이 먹은 류지가 이상적인 바다를 등지고 현실을 선택하는 모습에서, 오후라는 장치를 활용했습니다. 바다를 나가기 위해 준비한 과거(아침), 그리고 이상과 현실세계를 저울질 하는 류지(오후)를 대조적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책을읽으면서 느낀 것은, 류지가 오후에 현실을 선택한 것은 너무나 자명한 것 같습니다. 그는 삶의 목표를 바다라는 이상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했습니다. 모든 이상이 그렇듯,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바라보는 이상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이 느끼는 회의감이란, 남들과 비교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합니다. 나는 누구이고, 내가 찾는 이상에 대해 되돌아봤을 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 찾는 이상과 타협하게 됩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을 현실이라는 달콤하고 피할 수 없는 그들의 울타리에 못 밖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못 박는 행위의 시간은 인생을 하루로 치환하면, 오후라고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오후의 이미지는 커피 한잔, 어쩌면 친구들과 나누는 케이크와 담배, 나의 꿈을 그리고 그것을 채색하는 이상적인 것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오후가 불쾌해 졌습니다. 어쩌면 오후는 매 순간 맞이하는 현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오후는 너무나도 게으르고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특성 때문에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것도 그 선택이 옳다고 말해주지 않으며 판단 또한 먼 훗날 이루어지게 됩니다. 밤이 되었을 때 후회할 수 있는 선택이나 생각들의 구심점은 오후로 귀결될 것을 상상하면 불쾌하게 짝이 없습니다.
책 또한 말하는 류지의 현실의 선택이나 현실에서 완전하게 마음을 접지 못한 이상을 보여주면서 류지를 더욱 고단하게 만듭니다. 누구나 자신의 꿈이 있지만 현실적인 벽이나, 이해관계 앞에서 접어둔 적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도피를 위한 현실이 꼭 이상보다 낫지도 않은 것을 겪을 것입니다. 또다시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며 이상을 생각하는 모순적이면서 재귀적인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2. 결핍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에게 저마다의 결핍을 부여했습니다. 후사코와 노보루의 결핍은 아버지이고, 류지의 결핍은 관계였습니다. 그들은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결핍을 등장인물의 만남 같은 것으로 해소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대체품을 찾는 것은 여전히 대체품일 것입니다. 완벽하게 맞춰 들어간다고 해도 오리지널이 아닌 대체품은 원본과 간극 혹은 공백이 존재합니다. 작품에서도 또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결핍을 피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핍을 타인의 관계나, 대체품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사람들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았을 때 몸이 딱딱하게 굳는 메두사로 생각하여, 무시하고 회피하고 대체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존에 유리한 방식 그리고 삶을 더 나은 방식으로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생존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회피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꼬집고 있습니다. 어쩌면 독자들에게 결핍은 완전히 매워지지 않는다는 울림을 준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
3. 문학적 연출
글은 문학적으로 뛰어난 장치를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노보루가 어머니의 침소를 엿보는 구멍은 아이들이 갖는 어른의 환상과, 어른의 추레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보루의 청소년 사춘기에 이상에 대해서 세밀하게 표현한 작가의 역량이 대단했습니다. 또한 그 구멍에서 보이는 한줄기 빛은 다양한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어쩌면 모든 사건은 그러한 작은 구멍에서 시작되고 몸집을 불리면서 재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또한 미시마가 그리는 작품이 그러하듯 섬세한 묘사가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그들이 겪는 갈등과 상황 그리고 모순점들을 예쁘게 묘사했습니다.
후기
책을 다 읽고 나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항만을 뽑았습니다. 항만으로 가서 사활의 전투를 끝낸 뱃사람들의 영광스런 그림자가 길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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