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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아날로그

북해에서 우다영

by 마라민초닭발로제 2023. 6. 20.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4692391

 

북해에서 - YES24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서른일곱 번째 책 출간!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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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혼자 글을 쓰는데, 오늘은 그냥 올려보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우다영의 소설 <북해에서는>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추천받아서입니다. 오랫동안 한국 문학을 읽지 않았는데, 이유는 그저 그런 이야기들의 반복이었습니다. 소재는 참신함을 잃었으며, 언제나 교훈을 주려고 했습니다. 정확히는 교훈을 독자에게 정확하게 각인시키려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재는 페미니즘과 동성애입니다. 그냥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라는 일념은, 한국문학에서 페미니즘과 동성애라는 주제의식으로 인해 그 뜻을 발휘하지 못하기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러나 우다영의 <북해에서는> 달랐습니다. 완전한 픽션이었습니다.

 

소설은 나선의 시점으로 시작합니다. 군인들을 가르치던 나선의 아버지는 군 복무하던 아들을 잃었습니다. 그 후 집에서 교수의 행세를 하며 후배들을 초대합니다. 초대한 자리에서는 술을 빨리 마실 수밖에 없는 자리이며, 그 자리에서 아버지는 나지막한 행복을 찾는 낙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어느 날 비슷한 후배가 군인이 왜 되었느냐는 질문에 “오경”이라는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일화를 소개합니다.

오경은 전쟁을 일으킨 P군의 추격에서 벗어나다가 수로에 빠져버립니다. 수로에 빠진 것은 오경 뿐 아니라 오경을 뒤쫓던 군인 또한 빠집니다. 그 후 오경과 군인의 대화가 계속됩니다. 비스킷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고뇌하고 힘들어합니다.

미림으로 시점이 옮겨지고 미림의 삶을 관찰하다가 자신의 아이가 병에 걸리게 됩니다. 병에 걸린 아이가 깨어나자 자신은 전생에 북해의 왕이라 하며, 다시 북해의 왕으로 시점이 변합니다. 왕이 어떻게 북해에 국가를 세웠는지에 대해서 기록되어 있으며, 북해의 왕은 왕국이 다 세워지기 전에 죽으며, 죽어서 다양한 사람들의 몸속에 들어가 생을 꿰뚫어 봅니다. 다시 시점이 미림으로 옮겨지고 자신의 아이가 죽게 됩니다.

 

군인은 오경을 위해 수첩의 스프링을 빼서 꽃을 만들어줍니다. 만들어주다가 긁혀 파상풍에 걸려 병을 앓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오경은 구출됩니다. 그러나 군인은 죽게 되는데 사인은 파상풍이 아닌 아사로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오경은 자신을 쫓던 군인이 무서운 곰이 아닌, 자신보다 여린 소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군인 후배의 할머니 이야기가 끝나게 되며, 자리를 나옵니다. 나선은 그에게 모자를 건네주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하며 소설이 끝나게 됩니다.

 

<현재. 미래의 시발점이자 과거의 종착점>

소설이 감명 깊었던 이유는 “현재”라는 소재였습니다. 주인공들이 현재를 어떻게 인식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정말 매력적인 작품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나선의 현재는 아버지의 사윗감을 찾는 불편한 술자리에 무기력합니다. 저항하려 하지만,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무기력해 보입니다. 이는 아버지와도 비슷한데 아버지 또한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만, 자식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후배들과 술을 마십니다. 완전하게 자식의 죽음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속에서는 그 곰팡이 같은 생각들이 점점 더 퍼져나가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아버지의 현재는 하루라도 빨리 나선을 자신의 군인 후배와 결혼시켜 자식의 부재를 채우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버지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현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최고의 지향점을그려낸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딸인 나선의 동의가 있으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나선 챕터의 서술점은 대부분의 문장들이 아버지를 향합니다. 이는 나선의 현재가 아버지에게 달려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오경의 서술점에서의 현재는 소년과 소녀의 완벽한 대비, 그러나 생존이라는 접점을 통해 묘사됩니다. 처음 오경은 난생처음 겪어보는 죽음만이 환기되는 현재를 보고 패닉에 빠집니다. 그러나 군인은 현재를 보고 희망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둘은 대비점이 분명하게 묘사됩니다. 군인은 패닉에 빠진 오경을 달래며, 군인은 오경에게 크래커를 건네주며 삶을 이어가려 합니다. 오경은 크래커를 먹으면서 패닉에서 빠져나오고 생존이라는 현재를 잡으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현재를 잡으려는 그녀와 달리 군인은 파상풍에 걸려서 점점 더 상태가 나빠지며, 격일마다 바꾸는 과자 통 또한 그녀에게 줍니다. 구조되고 나서 군인은 파상풍이 사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합니다. 즉 현재(삶)가 이렇게 아이러니함을 볼 수 있습니다.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던 그녀는 끝끝내 살고, 그렇게 잘 버티던 군인은 배고픔으로 인해 죽게 됩니다. 아이러니 그 자체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절대 정답이 없습니다. 어떻게 될지 절대 예측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현재가 더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이를 오경과 군인의 속담 대화에서 찾을 수 있는데 “닭의 뱃속에는 달걀이 없다.” 군인이 말하길 “닭을 가르면 달걀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닭은 달걀을 죽어라 낳고 달걀은 알을 깨게 하라.” 그러나 오경은 “달걀 닭 모두 그 순간 존재하는 것이라 말한다. 유일하게 진짜인 것은 지금이다.”라고 합니다. 둘 다 지극히 현재를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의 현재는 지옥과도 같을 수도 있고, 천국과 같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현재에 대해서 어떻게 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발버둥 쳐야 하지 않을까요. 가끔은 변덕도 부리면서...

 

마지막으로 군인의 현재 궁극적인 목표는 생존인데 왜 식량을 나누어줬을까요?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현재가 보여주는 아이러니가 군인의 행동 동기였다면 좋겠습니다.